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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MLB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동기간 아메리칸리그의 신인왕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히 두 명의 전설적 선수가 눈에 띄는데 그중 한 명은 여전히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은퇴를 앞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시점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리빙 레전드이다.

 

1. 2001 - 이치로 스즈키(Ichiro Suzuki, 시애틀 매리너스)

  • 별명: Ichi
  • 특징: 이치로는 뛰어난 스피드, 수비 능력 및 일관된 타격 능력으로 알려진 일본 출신의 외야수이다. 뛰어난 손과 눈의 협응력, 빠른 스윙 스피드 및 놀라운 베이스러닝에 더해 강한 어깨와 빠른 판단력으로 외야 수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19 시즌 통산 두 자릿수 홈런은 세 번밖에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파워 면에서는 취약했으며, 스트라이크 존 밖의 투구에 스윙*하는 경향이 있었다.
  • 신인 시즌 업적: 이치로는 미국진출을 하자마자 MLB 전체에 센세이셔널을 몰고 왔다. 리그 최다 안타(242), 도루왕(56) 및 타격왕(.350)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했다.
  • 기타: 2004년 시즌 262안타로 조지 시슬러의 종전 기록인 시즌 257안타를 넘어서는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2013년 8월 22일 토론토의 R.A. 디키를 상대로 미,일 통산 4,000 안타의 대기록을 수립했다.(메이저리그 통산 3,089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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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게레로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배드볼 히터로 알려져있다.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두 선수 모두 배드볼을 홈런이나 안타로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타격-준비중인-이치로
현대 야구 최고의 타격 머신, 이치로

 

2. 2002 - 에릭 힌스키(Eric Hinske, 토론토 블루제이스)

  • 별명: Big Ske
  • 특징: 에릭 힌스키는 준수한 장타력과 견고한 수비 능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내야수/외야수이다. 중장거리 타자로서 평균 이상의 타격 능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선구안 또한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때때로 타격 일관성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삼진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 신인 시즌 업적: 힌스키는 .279의 타율로 158 안타, 24개의 홈런과 84개의 타점을 기록하여 신인왕을 수상했다.
  • 기타: 고교 시절 야구, 농구, 미식축구를 병행했으며 세 스포츠 모두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였다. 데뷔 시즌 이후 눈에 띄는 활약 없이 저니맨 신세가 되었지만 놀랍게도 3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 2009년 뉴욕 양키스, 2016년 시카고 컵스) 이쯤 되면 승리 요정이 따로 없다고 해도...

 

3. 2003 - 앙헬 베로아(Ángel Berroa, 캔자스시티 로열스)

  • 별명: 없음
  • 특징: 앙헬 베로아는 주력과 수비 능력이 돋보이는 도미니카 출신의 유격수이다. 탁월한 수비 범위와 강력한 어깨를 가지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수비수였다. 베로아는 주루 능력도 좋은 편이어서 괜찮은 도루수를 기록하곤 했다. 좋지 못한 선구안으로 삼진에 취약해 타율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 신인 시즌 업적: 신인 시즌 .287의 타율로 163개의 안타, 17개의 홈런, 73개의 타점 및 2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로열스에서 신인왕을 수상했다.
  • 기타: 당시 사사키, 이치로 등 일본리그로부터 수입(?)된 중고 신인들에게 신인왕이 주어지면서 '진정한 신인에게 신인왕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운 좋게(?) 신인왕을 수상할 수 있었는데 같은 해 데뷔해 더 좋은 성적(시즌 타율 .287과 106 타점)을 기록한 마쓰이 히데키로부터 신인왕을 강탈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이후 두 선수의 커리어는 아시는 바와 같이 마쓰이의 압승이다.

 

4. 2004 - 바비 크로스비(Bobby Crosby,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별명: 없음
  • 특징: 바비 크로스비는 견고한 수비 능력과 이따금씩 터지는 파워 히팅으로 알려진 유격수이다. 그는 좋은 수비 범위, 강력한 어깨, 평균 이상의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크로스비는 경력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일관된 공격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신인 시즌 업적: 크로스비는 .239의 타율로 130개의 안타, 22개의 홈런과 64개의 타점을 기록하여 신인왕을 수상했다.
  • 기타: 해리 버드 이후 오클랜드의 여섯번째* 신인왕이자 역대 최저 타율의 신인왕 수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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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버드(1952)-호세 칸세코(1986)-마크 맥과이어(1987)-월트 와이스(1988)-벤 그리브(1998)

 

5. 2005 - 휴스턴 스트릿(Huston Street,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별명: Larrry
  • 특징: 휴스턴 스트릿은 숨김 동작을 동반한 투구폼, 압박 상황에서의 침착함 및 다양한 구종 레퍼토리로 알려진 마무리 투수이다. 스트릿은 훌륭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정확한 제구의 패스트볼을 비롯한 날카로운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사용했다. 다른 엘리트 마무리 투수 대비, 그의 구속력은 압도적이지 않았으며 대체로 좌타자에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신인 시즌 업적: 78.1이닝을 소화하며 23개의 세이브, 1.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 기타: 스트릿은 1989년 그렉 올슨 이후 처음으로 아메리칸 리그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구원 투수이다.

 

6. 2006 - 저스틴 벌랜더(Justin Verlander,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별명: JV
  • 특징: 저스틴 벌랜더는 강력한 구속을 지닌 선발 투수로 압도적인 패스트볼, 파괴적인 브레이킹 볼 및 강한 투쟁심으로 명성을 얻었다. 벌랜더는 지속적으로 100마일에 가까운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릴 수 있었으며, 파괴력 있는 커브볼과 체인지업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어 투구 수와 볼넷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 신인 시즌 업적: 186 이닝을 던지며 17승 9패의 기록과 3.63의 평균자책점, 124개의 탈삼진을 올려 신인으로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로테이션의 에이스로 자리 잡게 되었다.
  • 기타: 2011년은 벌랜더 커리어 최고의 해로 꼽힌다. AL 사이영상, AL MVP, 투수 트리플크라운*(최다승, 최다 탈삼진, 최저 평균자책), 올스타 선정 등을 단일 시즌에 모두 이루었다.
    벌랜더는 2023년 5월 10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로써 그는 메이저리그 30개 모든 팀을 상대로 승리한 21번째 투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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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불안으로 공 몇개(?) 더 던지는 건 그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금강불괴'이다. 물론 나이 먹은 지금은 더 이상 예전의 그 금강불괴는 아니다.

*같은 해 내셔널리그의 클레이튼 커쇼 또한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는데 양대 리그의 동시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1924년 이후 처음이었다.

 

케이트-업튼과-저스틴-벌랜더(우)
모든 것을 다 가진 최악의 남자, 저스틴 벌랜더

 

7. 2007 - 더스틴 페드로이아(Dustin Pedroia, 보스턴 레드삭스)

  • 별명: Pedey
  • 특징: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야구에 임하는 태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내야수이며, 훌륭한 수비력과 꾸준한 타격 능력으로 각광받았다. 뛰어난 손과 눈의 협응력, 선구안 그리고 뛰어난 야구 지능으로 매우 낮은 삼진 비율도 보여주었다. 그는 다른 중앙 내야수(2루수, 유격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고 도루 성공률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 신인 시즌 업적: 139 게임에 나서 .317의 타율, 165개의 안타, 8개의 홈런, 50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 기타: 페드로이아는 내야수로서 4번의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보스턴 레드삭스 유일의 선수이다.

 

8. 2008 - 에반 롱고리아(Evan Longoria, 탬파베이 레이스)

  • 별명: Longo
  • 특징: 에반 롱고리아는 홈런 생산 능력과 뛰어난 수비와 리더십으로 알려진 3루수이다.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타격 능력에 강한 어깨를 보유한 탁월한 수비수였다. 한때 삼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장기간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 신인 시즌 업적: 122 게임에 나서 .272의 타율, 122개의 안타, 27개의 홈런, 85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탬파베이의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 기타: 롱고리아는 2011년 질레트의 바이럴 영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타격 연습 중 인터뷰를 하는 내용인데 기자 쪽으로 날아가는 공을 롱고리아가 맨손 캐치하는 놀라운(?)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까지도 질레트는 이 영상을 본인들이 기획한 광고 영상으로 인정한 바 없다.

 

9. 2009 - 앤드류 베일리(Andrew Bailey,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 별명: Bails
  • 특징: 앤드류 베일리는 특유의 숨김동작, 탁월한 컨트롤, 그리고 탈삼진 능력으로 알려진 마무리 투수이다.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와 움직이는 좋은 평균 이상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어 타자들을 괴롭혔다. 경력 동안 부상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그의 경력을 망친 주요 원인이었다.
  • 신인 시즌 업적: 68게임에 나서 26개의 세이브, 평균자책점 1.84와 9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오클랜드의 불펜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 기타: 오클랜드와 보스턴 시절 팀동료인 크렉 브리슬로우가 설립한 소아암 연구 비영리 단체 Strike 3 Foundation의 개발 이사로 재직 중이다.

 

10. 2010 - 네프탈리 펠리즈(Neftalí Feliz, 텍사스 레인저스)

  • 별명: Neffi
  • 특징: 네프탈리 펠리즈는 고속 패스트볼과 파괴적인 슬라이더로 알려진 강속구 투수이다. 100마일 이상의 고속 패스트볼을 던지며,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갖추고 있다.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어 볼넷과 투구 수가 증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신인 시즌 업적: 70게임에 나서 69.1 이닝을 던지며 40개의 세이브, 평균자책점 2.73, 71개의 탈삼진을 기록, MLB 역사상 처음으로 40개의 세이브를 달성한 신인 클로저가 되었다.
  • 기타: 2011년 세인트루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역대급 드라마 연출의 주인공(?)으로서 우승에 실패한 후 이듬해 선발투수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노력을 해봤지만 그의 커리어에 반등은 없이 저니맨이 되었고 2023년 현재 멕시코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상 2000년대를 빛낸 MLB 아메리칸리그의 신인왕 수상자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뛰어난 스타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커리어를 쌓은 두 명은 바로 이치로와 벌랜더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새로운 별들이 등장할 메이저리그이지만 두 사람의 커리어를 재현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치로는 이미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현역 생활 중인 벌랜더의 선수 생활 황혼기를 지켜보는 것은 MLB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상 없이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