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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는 클럽의 태동과 역사, 업적과 우승, 초기 대표선수 및 현대축구 시대 최고의 아웃풋 중 하나로 꼽히는 이른바 '퍼거슨의 아이들'까지 알아보았다. 두 번째 포스팅에서는 맨유 황금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선수들과 주요 감독, 현재까지 클럽의 근황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 성적: 236경기(196+40) 103골(84+19)
  • 업적: 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발롱도르 5회 수상 등
  • 특징: 현대 축구 최고의 득점 머신. 스피드, 피지컬, 드리블, 헤더, 중거리슛, 프리킥*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선수. 퍼거슨 시절의 맨유에서 루니, 테베즈(박지성도 한몫했다.) 등과 함께 펼치는 역습 전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럽 축구 최고의 무기 중 하나였다. 입단 초기에는 매우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플레이에 더해 과도한 드리블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 클리닉을 통해 보다 성숙하고 다듬어진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호날두는 퍼거슨에 대해 "나의 축구인생에 있어 아버지와 같은 분이며, 나의 선수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 중 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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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시절 비디오 게임과 같은 초장거리 무회전 프리킥도 구현할 정도로 위력적이었지만 노쇠화 이후 그의 프리킥 정확도는 거의 0에 가까워졌다. 이제 그만 자중하자. 아, 사우디에선 네 맘대로 하든지.

 
웨인 루니(Wayne Rooney)

  • 성적: 393경기 183골
  • 업적: 5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의 유로파리그 우승 등
  • 특징: 비교적 작은 신장(176cm)에도 훌륭한 밸런스와 파워를 바탕으로 저돌적인 돌파에 능했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슈팅은 물론 탁월한 축구지능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 메이킹 능력 또한 뛰어났다. 덕분에 그는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세컨드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 등 팀이 원할 때마다 다양한 포지션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때때로 그라운드에서 넘쳐나는 투지로 팀을 곤경에 빠뜨리게도 했지만* 그의 열정과 끓어오르는 투지는 팀을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하게 할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여러모로 팀 선배 에릭 칸토나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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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의 사건은 아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 2006 독일 월드컵 8강 포르투갈 전이다. 계속되는 상대 수비수들의 극심한 견제에 짜증이 나 있던 루니는 포르투갈의 수비수 히카르도 카르발류를 짓밟아 퇴장을 당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팀동료였던 호날두와 살짝의 언쟁이 있은 후 호날두가 자신의 벤치에 윙크를 날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던 적이 있다.

 
박지성

  • 성적: 134경기 19골
  • 업적: 4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 특징: 주로 윙어로 출전했으나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무한한 체력을 기반으로 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성향이 강했다. 또 양발 잡이로서 왼쪽의 호날두, 오른쪽의 긱스를 잘 메꾸는 역할도 맡았다. 완전한 스타팅 멤버로 보긴 어렵지만 팀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며 팬들로 하여금 본인의 존재감을 크게 각인시키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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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와의 결승전에서 명단 제외라는 퍼거슨의 충격적인 결정이 있었다. 훗날 퍼거슨은 본인의 자서전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박지성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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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루니-호날두 삼각편대

 

4. 주요 감독

알렉스 퍼거슨(Sir Alex Ferguson)
업적: 1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2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알렉스 퍼거슨은 맨유의 긴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감독임에 이견이 없다. 그의 강인한 리더십과 전략적인 통찰력은 맨유를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팀으로 군림하게 했다. 그는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데 뛰어나며,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드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퍼거슨 하면 '헤어드라이어'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베컴과의 일화일 것이다. 2003년 아스날과의 FA컵에서 패배한 후 라커룸에서 퍼거슨이 걷어 찬 축구화에 베컴의 눈썹 부위가 찢어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베컴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했다. 후일 퍼거슨은 자서전을 통해 "당시 레알마드리드와 베컴 간의 이적 루머가 퍼지는 와중이었고 베컴의 훈련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요즘도 올드트래포드에 경기가 있으면 구경을 오시는 영감님, 만수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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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갈구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맷 버즈비(Sir Matt Busby)
업적: 5번의 영국 풋볼리그 우승, 1번의 유러피언컵 우승 등
맷 버즈비 또한 맨유의 역사에 있어 가장 상징적 인물로 손꼽힌다. 맨유에서 그 보다 감독직을 오랫동안 수행한 인물은 알렉스 퍼거슨이 유일하다. 1945년 맨유의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트레이닝 시설, 유소년 아카데미 등에 현대적 방식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의 유소년 육성 정책, 이른바 '버즈비 베이비스'는 맨유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58년 뮌헨 비행기 사고*로 많은 선수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지만 버즈비 감독은 팀을 재건하고 1968년 유러피언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그의 인내심과 리더십이 맨유의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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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2월 6일 독일 뮌헨의 뮌헨-리엠 공항에서 영국항공 609편이 비행 중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사고. 당시 비행기에는 맨유 선수들, 서포터, 기자들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과 승객 포함 44명 가운데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제 무리뉴(Jose Mourinho)
업적: 1번의 UEFA 유로파리그 우승*, 1번의 EFL컵 우승, 1번의 FA 커뮤니티실드 우승 등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마드리드 등 가는 곳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스페셜원'이 맨유를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다. 무리뉴의 전술은 명확하다. 수비적으로 포메이션을 단단히 구축한 후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방식에 능하다. 팬들로 하여금 재미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축구보다는 이기는 축구, 실리를 추구하는 방식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텐백'의 수비라인을 세워서라도 이기면 그만이다라는 방식이다.
어쨌든 그는 펩과르디올라, 프랭크 램파드, 디디에 드록바 등 함께 했던 선수들로부터 여전히 최고의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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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최초의 유로파리그 우승
*제 아무리 무리뉴라도 토트넘에선 이게 안되네?

 

5. 포스트 퍼거슨 시대, 요즘의 맨유는?

데이비드 모예스-라이언 긱스(임시)-루이 판 할*-조제 무리뉴-올레 군나르 솔샤르(임시+정식)-랄프 랑닉(임시)-에릭 텐하흐로 이어지는 퍼거슨 이후 10여 년 간의 맨유 감독 수난의 시대이다. 물론 클럽 최초의 유로파리그 우승(무리뉴 시절) 등 중간중간 소소한(?) 성과가 있긴 했지만 세계 축구계에서 맨유의 위상을 생각하면 지난 10년은 암흑기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 어쨌든 조금씩 예전의 위용을 회복하고 있는 맨유는 리그 3위를 마크하며, 23-24 챔피언스리그에 복귀를 알린 상태이다.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얼마나 효율적인 보강을 하는지가 다음시즌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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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우승, 퍼거슨 이후 첫 번째 트로피

 
이상으로 세계 최고의 명문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 대한민국의 해외축구팬들은 박지성이라는 걸출한 역대급 선수를 만난 행운과 함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동시대를 경험하는 큰 영광을 누렸다. 그의 은퇴와 함께 맨유의 황금기도 끝이 났으니 더더욱 두 인물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굳이 응원하는 팀은 아니더라도 박지성과 맨유 덕분에 EPL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다른 팀에도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퍼거슨의 장기 집권 시절, 압도적인 경기력에 더해 이른바 '퍼기타임'*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극적인 승리도 많았던 맨유이다 보니 그들의 영광의 시간만큼이나 엄청난 안티팬덤이 형성되는 것 또한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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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가 비기거나 지고 있는 상황 유독 길게 부여되는 추가시간을 일컬어 안티팬들과 언론이 사용한 용어. 데이터를 한번 찾아보시라. 그 근거가 크게 객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그의 은퇴 이후, 예전만큼의 위용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현재 맨유는 텐 하흐 감독 부임 이후 조금씩 옛 명성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구엔 다저스가 있다면 축구엔 맨유가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팀 아니겠는가? 맨유가 옛 영광을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해외축구 팬으로서 EPL을 즐기는 큰 재미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 그들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